2019 남미

Cusco, Peru: The city of wonder

Sapientia373 2019. 7. 11. 03:20

쿠스코는 페루 여행의 꽃이 아닐까 싶네요. 잉카 제국의 수도,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 스페인 침략으로 인해 약간 유럽적인 색채를 띠고 있지만 본질은 잉카의 뿌리인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도시, 그리고 해발고도 3400m의 고산도시. 사진으로 봐도 아름답고 아르마스 광장 근처에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 도시. 근래 가본 모든 도시 중 최고를 꼽으라면 두말하지 않고 쿠스코를 꼽을 겁니다. 

저는 리마에서 쿠스코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미리 표를 예약하면 50 USD 정도에 예약이 가능한데, 아무래도 즉흥적인 여행이 힘들다는 단점이 있죠. 비행기로 1시간 30분 정도밖에 안 걸리는데, 버스는 그에 비해 20시간이나 걸립니다. 도대체 길을 어떻게 만들었길래 그런 거야? 란 생각이 들었는데 비행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절로 수긍이 갔습니다. 태어나서 그렇게 험한 산세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위에서 보면 약간 평평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억 소리 나는 산세였습니다. 

재밌는 게 저는 LC Peru라는 저가항공사로 예약을 했었는데, 남미에 들어오기 몇 주전에 항공사의 재정상태 악화로 파산 상태가 되어서 운항이 정지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미리 알아서 망정이지, 하마터면 공항 가서 비행기가 캔슬된 것을 알뻔했어요. 모두 남미 사랑 카톡방에서 알게 된 정보입니다. 환불받는 절차는 참 까다로워서, 제가 직접 페루 사법부와 접촉해서 해야 한다고 스페인어 이미지 안내문으로 나와있었습니다. 이미지로 공지를 올려서 구글 번역기 사용도 안돼 남미 출신 친구에게 물어봐서 내용을 알아냈네요. 정말 황당한 이유고 돈이 아깝지만, 50달러로 너무 기분 나쁘지 않기로 했습니다. 

쿠스코는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도시지만 많은 여행지로의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마추픽추가 있고, 성스러운 계곡 투어, 비니쿤카 등으로 데이투어가 엄청나게 많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투어사도 정말 수천 개 되는 것 같은데, 제 느낌으로는 작은 투어사들이 모객을 하면 좀 더 대형 투어사에서 여행을 진행하는 구조인 것 같습니다. 투어사마다 질이 엄청 다르고, 가격차이와 에누리 정도도 많이 다릅니다. 여러 투어를 같이 구매하면 할인도 당연히 해주고, 흥정도 필수입니다. 그러나 저는 최근 여행을 모두 미국에서 했던 터라 가격이 너무 싼 것 같아 흥정을 제대로 시도조차 안 해봤어요. 이미 저의 기대 가격보다 낮은데, 여기서 뭘 더 깎아?라는 생각에 본의 아니게 호갱이 돼버리고 말았네요. 그러나 후회하진 않습니다. 투어도 계획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늘은 이거 할까?라는 생각으로 우후죽순 구매하는 바람에 쿠스코에서만 3개의 투어를 했지만 모두 다른 투어사에서 구매하고 말았습니다. 당연히 할인은 받지 못했죠. 

저는 마추피추 투어, 시내 투어, 비니쿤카 투어 세 개를 했습니다. 마추픽추는 당일치기 투어도 있긴 있지만 생각보다 멀고 (거리가 멀다기 보단 산세가 험해 빨리 가지 못합니다) 많이 걸어야 하므로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두들 최소 1박 2일 버스투어를 해요.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앞에 붙인다면 2박 3일 투어를 하게 됩니다. 잉카 트레일이나 정글 투어를 한다면 성스러운 계곡 투어를 하지 않아도 기본 2박 3일~4박 5일 투어를 하게 됩니다. 저는 쿠스코에서 여정을 길게 잡지를 않아서 제일 짧은 1박 2일 버스투어를 했어요. 이게 약간 후회되는 부분인데, 정말 나중에 마추픽추는 꼭 다시 가서 잉카 트레일을 걷고 싶습니다. 걸어서 그 비밀스러운 잃어버린 도시로 가면 어떤 기분일까, 너무 궁금하거든요. 

저는 1월 1일에 쿠스코에 도착해서, 바로 다음 날 2-3일은 마추픽추를 다녀오고, 시티투어, 비니쿤카를 다녀와 쿠스코에서 총 3일을 묵었습니다. 쿠스코 3일 마추픽추 1일을 묵은 셈이죠. 3일 내내 Puriwasi Hostel의 6 bed female dorm에서 묵었습니다. 쿠스코의 다른 호스텔을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일단 저는 강추입니다. 화장실도 깔끔했고, female dorm이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저는 도미토리에서 묵게 되면 반드시 여성 전용에 묵는 편입니다. (가능하다면) 딱히 안전상의 이유는 전혀 아니고, 여자분들이 코를 골 가능성이 적거든요. 냄새도 안 나는 편입니다. 코도 안 골고, 냄새도 안 나는 남성분들도 당연히 많지만, 코골이는 정말.. 나이가 들 수록 50% 이상의 확률로 남성분들은 코를 고시는 것 같더라고요. 호스텔 위치도 아르마스 광장에서 5분 정도 걸립니다. 더 가까우면 더 좋겠지만, 그러면 가격이 올라가더라고요. 

https://goo.gl/maps/NYaJpp2zYHhwe1WK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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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스코의 주요 관광지는 아르마스 광장 주변에 위치하며, 시티투어를 할 경우 외곽에 있는 다양한 유적지를 데려가 줍니다. 카페와 음식점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에, 하루나 한나절 정도는 아르마스 광장을 유유자적 돌아다니며 커피 한잔 하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남미의 그 어떤 유명한 관광지에 비해서 상당히 안전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가이드 분이 말씀해 주셨는데 밤에 돌아다녀도 괜찮을 정도로 안전하다고 하네요. 물론 여성 혼자 돌아다니기엔 위험하겠지만, 그건 사실 세계 어느 나라나 비슷한 것 같아요. 서울이 워낙 안전하고 소매치기도 없는 도시라 한국 사람들이 모두 안전 불감증에 걸려 있죠. 생각해보면 소매치기가 좀 있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유럽의 유명 도시들도 모두 소매치기는 조심해야 하죠. 남미에서 위험하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소매치기는 아니고, 총 칼 들고 쫓아오는 강도들이나 깡패 들일 텐데, 다행히 저는 그런 위험한 순간에 맞닥뜰인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여튼, 뒤에 갈 리우 데 자네이로 등에 비하면 상당히 안전한 도시입니다. 그런 점도 쿠스코의 매력이죠. 

음식 역시 저렴하고 맛있습니다. 페루 음식이 남미 음식 중에서도 맛있기로 손꼽히는데, 그 음식의 중심이 쿠스코입니다. 리마는 쿠스코에 비하면 고급인 느낌이 강해서 비싼편입니다. 쿠스코에서는 5000원~만원 정도면 정말 푸짐하고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어요. 길거리 음식들에 거부감이 없으시면 길거리 음식들도 꼭 시도해보세요. 천원, 이천원 정도에 제법 푸짐하게 한끼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저는 정말 못 먹는 게 없는 편이라 길에서 야마, 알파카 고기도 사먹고 소 염통 꼬치 같은 것도 진짜 맛있게 먹었어요. 

아르마스 광장 야경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인 도시 쿠스코. 본격 여행 포스팅은 다음 글에서 시작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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