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

아프니깐 서러울 뿐

유학와서 가장 서러운 순간을 굳이 뽑자면내가 먹을 죽을 내가 끓이고 있을 때다.한국에서 혼자 살 때 아프면 본죽이라도 사먹을텐데. 누가 사다주기라도 할텐데. 엄마랑 산다면 엄마가 끓여줄텐데. 오늘은 퇴근 후 저녁으로 일요일에 끓여놓은 카레와 닭가슴살을 해동해서 먹었다. 카레가 상한 것은 아닌 것 같고 닭가슴살도 냉동 상태였으니 아마 괜찮았을거다. 근데 그런 순간 있지 않나? 엄청 배가 고팠었는데 막상 음식이 나오면 별로 못 먹는 것. 배가 고파서 집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집에 와 카레를 스토브에 뎁히니 배가 거짓말처럼 하나도 안 고팠다. 그래도 처리해야지라는 생각에 먹는데, 몇 숟갈 안 떴는데 갑자기 배가 너무 아픈 거다. 아, 이거 알지. 이거 내가 스트레스 받을 때 약간 랜덤하게 찾아오는 급체..

Daily 2019.07.10

제자리 걸음

며칠 전에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오랜만에 아빠도 함께했다. 아버지랑은 간간히 카톡만 주고받고 가족 단톡 방에서만 얘기하는데, 우연히 집에 계셔서 엄마와 통화할 때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엄마와 달리 아빠는 내 리서치에 관심이 무지 많다. 엄마는 "연구 잘 돼가?" 이 정도로만 묻는 반면 아빠는 "주제가 뭐야? 아직 아무도 안 한 거야? 언제 다 써? 얼마나 썼어?" 등등 너무나 많은 질문을 퍼붓는다. 얼마나 썼냐니. 아직 라이팅은 들어갈 단계도 아닌데. 내 리서치의 근황은, 역시나 제자리 걸음. 다행인 건 그래도 제자리걸음 할 거리라도 있다는 것일까? 몇 달 전까지는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는데 그래도 다행인 건 돌고 돌 무엇이라도 생겼다는 것이다. 아빠가 제자리 걸음만 해서 어떡하냐길..

Daily 2019.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