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1년 만에 시카고에 다시 왔습니다.
98년도에 시카고를 떠나서 한국에 돌아오고 그 담엔 한 번도 가지 못했는데, 다시 가려니 너무나 설렜어요. 사실 처음 가는 느낌이었어요.ㅎㅎㅎㅎㅎ
사실 시카고 다녀온 것은 5월이지만 블로그 관리를 그렇게 열심히 하는 편도 아니고, 여차저차 하다 보니 포스팅을 지금 하게 되네요.
5월 초의 시카고는 여전히 봄과 겨울의 경계에 있는 듯 했습니다. 제가 간 전 주에는 눈이 내렸다고 하니, 시카고의 겨울이 얼마나 긴지 예상이 되시죠. 청바지에 얇은 스웨터를 입었는데, 저녁 때는 외투가 필요했고 마지막 날엔 날이 약간 흐려서 추웠습니다. 저는 날씨 운이 기가 막히는 편이라 날이 엄청 아름다웠습니다. 그 전 주말에는 눈이 내렸고, 그 주도 내내 약간 흐렸던 거 같았는데, 운이 진짜 좋았어요.
시카고는 일리노이 북쪽에 미시간 호에 맞닿아 있는 중부 최고의 대도시입니다.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도시이고, 여러 가지 면에서 굉장히 유명하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건축과 시카고 피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제일 유명한 것은 시카고 피자겠죠?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대체로 먹어본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 별거 없다..라는 게 일반적인 것 같아요. 저는 아무거나 잘 먹는 편이지만 "맛있다"라고 말하는 데 있어서는 약간 까다로운 편인데, 시카고에 있으면서 5개의 레스토랑에 갔지만 다 정말 그저 그랬습니다. 옐프와 구글 평점을 보고 갔고 리뷰 수도 전부 천 개가 넘는 곳이었어요. 유명하고 별점이 높다고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고, 단 다섯 개의 레스토랑을 가고 판단을 내리기엔 약간 무리일 수 있지만 미식의 도시는 아닌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 앤 아웃이나 쉑쉑처럼 중부를 대표하는 로컬 체인 (혹은 시카고에서 시작한 전국 체인이라도) 가보려고 찾아봤지만 Best hamburger local chain in Chicago라고 검색했을 때 제일 먼저 맥도널드가 뜨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맥도널드는 좀 아니지 않나..
시카고 불스와 컵스의 고향이기도 하고, 각종 공연과 박물관이 많
기로도 유명한 시카고. 저는 여행에서 박물관을 즐겨 가는 편은 아닙니다. 뉴욕을 대여섯번 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멧도 안 갔어요.. 물론 뉴욕은 언젠간 뭐 가겠지라는 생각에 안 간 것이긴 하지만, 모두들 제 여행담을 들으면 약간 의아해합니다. 그래서.. 박물관이 많기로 유명한 시카고에서도 아무 데도 안 갔어요. 사실 Art Institute 나 자연사 박물관은 가고 싶었지만, 같이 간 친구와 약간 게으름을 피기도 했고.. 공원에서 죽치고 앉아 시카고의 스카이라인 바라보는 것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건축물 보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긴 해서 (그러나 잘 알지는 못합니다) 시카고 Architecture Cruise tour 을 했습니다. 이건 진짜 강추. 미시간 호 주변에서 출발하여 1시간 30분 동안 뚜껑 없는 배를 타고 시카고 강을 돌며 건축의 역사와 시카고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는데, 설명도 너무 자세하고 풍경도 아름다워서 진짜 너무 좋았습니다. 다만 낮에 탄다면 땡볕 아래를 그대로 통과하게 되니 모자랑 선크림을 꼭 챙기세요. 저녁에 해 질 녘에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전 낮에 해도 충분히 좋았고, 오히려 건물을 다 제대로 볼 수 있어서 낮에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미국 도시들이 다 비슷하다는 생각, 사실 안 들 수는 없죠. 시카고는 뉴욕과 비슷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뉴욕보다 깨끗하고, 더 넓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길이 훨씬 넓다는 생각? 뉴욕은 사실 건물이 너무 빼곡하게 있어서 길이 좁다는 느낌이 들죠. 근데 시카고는 길이 널직널직한 것이 더 좋더라고요. 그리고 바다는 아니지만 바다처럼 넓은 미시간 호가 있습니다. 시카고는 두 개의 계절이 있다고 하는데, 하나는 겨울이고, 다른 하나는 건축 계절 (Construction season)이라고 하네요. 겨울이 5개월 정도 되는 곳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마천루들이 탄생하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마천루의 고향이라고도 하네요.
높은 건물이 있는 도시에 왔으니, 전망대에 안 갈수가 없습니다. 시카고에서 유명한 전망대는 Sears tower (Willis Tower로 이름이 바뀌었는데, 주민들 중 윌리스타워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합니다.)와 360 이 있어요. 위치가 약간 다르고 전망대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약간 다릅니다. 시어스 타워에는 렛지 Ledge라고 하여 건물 바깥쪽으로 튀어나온 공간이 있습니다.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밑에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시카고의 명물 중 명물입니다. 360은 그건 없지만 벽이 기울어져 있어 기운채로 아래를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둘 다 갈 수는 없으므로 렛지를 선택했는데, 솔직히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이미 여러 도시에서 전망대를 들려봤을 테고, 렛지 위에서 1분밖에 있을 수 없습니다. 직원이 통제를 하는데 정말 그룹당 1분 (4명 이상인 경우 90초)이 넘어가면 나가라고 합니다. 인스타에서 보는 아크로바틱 한 사진들은 어쩌다 건진 것이 아니라 렛지를 가기 위해 미리 연습을 한 사진이 아닌가 싶네요. 당연히 렛지에서 사진 찍는 줄도 매우 길고요.. 사람이 이렇게 미어터질 줄 몰랐던 건지, 아니면 나중에 렛지를 만들어서 그런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30분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이건 건물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45분을 제외하고입니다) 1분 내에 부랴부랴 사진 찍고 제대로 밑에를 감상하지도 못하고 내려가야 했어요.
저는 비록 다운타운과 Magnificient Miles 를 2박 3일동안 왔다 갔다 했지만, 정말 아름다운 도시였습니다. 음식이 조금 맛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다 가질수는 없는 법. 조만간 꼭 다시 오자 (이러고 보통 다시 오는데 10년 이상 걸리지만)라고 친구와 약속하고 각자의 집으로 떠났습니다. 겨울에 오면 이렇게 돌아다니기는 힘들테니, 모두들 5월~10월에 놀러가시길.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힙스터의 성지, Portland, OR (0) | 2019.07.06 |
---|---|
나의 알래스카 (7): 크루즈 음식 정리 (0) | 2019.07.05 |
시애틀 여행 정리 (0) | 2019.07.05 |
나의 알래스카 (6): 마지막 기항지, 빅토리아 (Victoria, BC, Canada) (0) | 2019.07.05 |
나의 알래스카 (5): 케치칸 (Ketchikan) (0) | 2019.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