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시애틀 여행 정리

Sapientia373 2019. 7. 5. 22:41

알래스카를 다녀오며 겸사겸사 시애틀 여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저 알래스카 크루즈의 출발지이기 때문인데요. 시애틀은 저와 엄마 모두 처음이 아니어서 사실 별 감흥 없이 여행을 했습니다. 시간이 되면 Mount Ranier이나 Olympic NP를 가고 싶었으나.. 약간 애매해서 시내 관광만 하게 되었습니다. 

 

시애틀 대표 관광지는 1) Pike Place Market (Starbucks 1호점이 있는 곳) 2) Space Needle 이 두 곳이 아닐까 싶네요.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주변으로 Wall of gums, Starbucks, Great wheel 등이 있으니 구경해도 좋을 것 같고요. 날씨가 구리기로 유명한 시애틀이지만 다행히 저희가 갔을 때 3박 중 이틀이나 맑았습니다. 에어비앤비 주인장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여름이 일찍 시작해서 그렇다고 하네요.. 씁쓸. 보통 7월은 돼야 맑아지기 시작하는데 몇 년 전부터 5월 중하순부터 맑은 날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래서 맑았어요. 

 

우리 엄마는 한국에서 시애틀로 오는 비행기를 샀기 때문에 시애틀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었습니다. 4시간가량 기다려야 했지만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왔다 갔다 하기도 벅차고, 그렇다고 우버를 두 번이나 타고 왕복하기엔 공항에서 시내가 약간 멀었기 때문에 그냥 공항에서 죽치고 있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공항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는 정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인천이야 체크인하기 전에도 식당과 카페가 워낙 많아 죽치고 있는 게 어렵지 않으나 미국 공항들은 진짜 자판기도 찾기 힘들어요.. 아무래도 9-11 이전에는 비행기 표가 없어도 시큐리티를 통과할 수 있었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공항 근처 걸어갈 수 있는 곳에서 식사를 간단히 하려고 찾아보았습니다. 도보 15분 거리에 13 Coins라는 다이너가 있는데 무려 별점이 4.1 (1,954). 공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 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구글이 시키는 대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진짜 말 그대로 건너편에 있는 곳인데 길을 건널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모노레일 역까지 걸어간 다음에 육교를 건너면 길을 건널 수 있었습니다. 가방이 워낙 커서 약간 힘들었지만 사실 진짜 걸을 수 있는 거리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간 식당인데 오전 10시 30분부터 사람이 무진장 많았습니다. 그리고 내부도 엄청나게 깔끔하면서도 약간 빈티지스러운 다이너였습니다. 뭐지? 싶었는데 반신반의하며 시킨 치즈버거 정말 너무 맛있어서 엄청난 맛집이란 걸 깨닫고 있었습니다. 웨이터와 말을 하며 알게 되었는데 무려 40년 동안이나 같은 자리에서 장사를 한 식당이라고 하네요. 사진이 너무 맛없어 보여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엄마와 만나서 일단 에어 비앤비에 짐을 두고 다시 나오기로 했습니다. 2시에 도착했으니 바로 쉬기도 애매한 상황. 시차적 응이 안돼서 약간 헤롱헤롱 하는 우리 엄마와 함께 퀸 앤의 숙소로 향했습니다. 퀸 앤은 다운타운에서 차로 10-15분 정도 되는 한적한 동네로, 제가 봤을 때 중산층 이상이 거주하는 동네 같았습니다. 대도시인만큼 집들은 무지 작았습니다. 언덕에 위치한 집들이라 집들 자체도 경사가 가파른데 그 와중에 모든 집들이 마당을 엄청나게 잘 관리해 놓은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스페이스 니들이 잘 내려다 보이는 Kerry Park까지 가까워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 예쁜 시애틀

아무래도 시애틀은 흐린 날씨가 많고, 바람도 많이 불다 보니 엄마한테 옷 따뜻하게 입고 오라고 신신당부했는데, 웬걸. 첫날에는 정말 너무 더워서 결국 속에 이너로 입고 간 나시만 입고 다녔어요. 물론 이 날에 속아 다음날 흐렸을 때는 너무 추워 결국 기념품으로 후드를 사 입었다는 것..

 

 

 

다음날, 시애틀 시내 관광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아침에 보니 날이 흐리기에 필수품인 우산과 외투를 챙겼는데, 가져간 외투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시내 나가서 보니 저희만 약간 봄/가을 옷을 입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겨울 옷을 입고 있더군요. 12도 정도로 사실 겨울 옷을 입어야 할 정도의 기온은 아니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해가 나지 않아 뼈에 스미는 추위였습니다. 

시애틀에서 제일 유명한 Pike Place Market
유명한 스타벅스 1호점. 언제나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라 사실 들어가기도 힘들다. 가게 안은 매우 작고 1호점이라고 커피가 특별히 맛있지는 않으니 인스타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그냥 밖에서 보고 패스하길 바란다.
마켓 안에서 파는 피오니

사실 Pike Place 의 유명한 Pike Place Clam Chowder을 먹으러 가려고 했으나 웬걸. 줄이 정말 농담 아니라 50m는 돼 보였고 가게는 3-4팀 앉을 정도로 협소했습니다. 까딱 잘못하다가는 두 시간 이상 대기 각이라 그냥 다른 가게를 가기로 했습니다. 엄마가 클램 차우더는 꼭 먹고 싶다고 해서 클램 차우더를 파는 근처의 Steelhead Diner로 갔어요.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게 됐는데, 오픈하자마자 사람들이 꽤 들어오는 것 보니 맛집인가 봅니다. 클램 차우더와 피시 앤 칩, 그리고 크랩 케이크를 시켜서 먹었어요! 

클램차우더, 피시앤칩, 크랩케이크. 크랩 케이크가 제일 맛있었어요.

시애틀은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쇼핑하기 좋은 곳은 아니에요. 일단 텍스가 10퍼센트가 넘고, 무엇보다 시내 백화점들은 상당히.. 제가 사는 곳이 약간 중소도시인데 거기 보다도 컬렉션이 못한 느낌이었어요. 시내라 그런가 했는데 나중에 들린 South Center Shopping Mall도 상당히 별로였습니다. 벨뷰에 가면 더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인데, 쇼핑하러 온 것도 아니고 하니 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명불허전 미식의 도시입니다. 특히 일본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일식집이 맛있는 곳이 많아요. 인터넷으로 여기저기 알아봤는데, 예전에 갔었던 데는 결국 찾지 못하고 (정말 인생 스시였는데..) Eaters와 Yelp에서 추천하는 Shiro's Sushi로 저녁을 예약해서 먹어봤습니다. 오마카세는 하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엄마는 한국에서 바로 와서 초밥에 대한 열망이 적었음) 스시 플레터도 제법 맛있었습니다. 사실 가게에 처음 들어갔을 때, 생각보다 백인이 너무 많아서 당황스러웠는데 (백인이 많은 아시아 음식점은 우리 입맛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젓가락질을 다들 매우 잘하더라고요. 스시에 제법 익숙한 사람들인가 봅니다. 

Shiro's Sushi 에서 시킨 음식들. 

https://goo.gl/maps/jWuZEWGLY6ynuCX29

 

Shiro's Sushi

★★★★★ · 스시/초밥집 · 2401 2nd Ave

www.google.com

 

저녁을 먹고, 그래도 안 보면 섭섭한 스페이스 니들을 구경 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식당에서 무지 가까웠어요. 시애틀은 제법 북쪽이고, 미국 데이라잇 세이빙 버프를 받아서 해가 무지 늦게 졌습니다. 9시가 넘어야 겨우 어둑어둑해지는 것 같았어요. 덕분에 밝을 때의 스페이스 니들을 맘껏 볼 수 있었습니다. 스페이스 니들에 올라가지는 않았는데, 저는 사실 얼마 전 시카고 시어스 타워에 올라가서 약간 실망한 지 얼마 안 됐고 또 스페이스 니들이 명물인데 거기에 올라가면 뭘 봐야 하나 하는 의문도 들었습니다. 몇 년 전 콜럼버스 타워에 올라서 본 장면도 사실 그냥 그랬고요. 그래도 스페이스 니들 앞 공원은 아기자기한 것이 꽤 예뻤습니다. 

 

 

크루즈에서 내린 다음 마지막 날에는 고민하다가 재패니스 가든에 가기로 했습니다. 누가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사실 저는 재패니스 가든을 좋아하지만 잘 안들어가는 편입니다. 일단 다 유료거든요. 대부분의 중소규모 이상의 도시엔 전부 재패니스 가든이 있습니다. 일본식 정원에 왜 이리 환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잘해 놓기는 했습니다. 근데 어떤 웹사이트에서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미국의 재패니스 가든 3위에 해당한다고 하네요. 다른데를 전부 안 가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정말.. 그냥 그랬어요. 교토나 오사카에서 일본식 정원에 다녀왔던 사람이라면 그냥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 일본식 정원은 그냥 일본가서 보세요.

보태니컬 가든 내의 일본식 정원

이상으로 시애틀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시애틀 관광은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실 UW도 엄청 가보고 싶었지만 주차 문제 등으로 그냥 포기했습니다. 제가 학생이다보니 학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지 보통 사람들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요. 다음 여행지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