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고 기다리던 글래이셔 베이를 가는 날 :)
프린세스 루비는 여섯시쯤 공원에 진입하여 세시쯤 빠져나가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여섯시에 배에 레인저들이 탑승하고 세시에 내린다고 하더군요.
글래이셔 베이 공원은 여타 다른 국립공원과 달리, 육로로 접근이 불가하고 (또는 매우 어렵고) 배 에서 봐야하는 구조 입니다.
바다에서 육지쪽에서 내려온 빙하를 보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글레이셔 베이에는 하루에 단 2대의 크루즈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모든 크루즈가 글래이셔 베이를 포함하지는 않으므로, 본인이 선택한 크루즈가 과연 글래이셔 베이를 들리는지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글래이셔 베이를 들리지 않는 크루즈는 다른 도시에서 정박하든지, 다른 빙하를 scenic cruising 으로 통과합니다.
다른 빙하 공원 혹은 뷰 포인트는 안 가봐서 사실 여기가 최고다!! 라고 말 할 수는 없겠지만,
글래이셔 베이 국립공원은 제가 여태 가본 국립공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1월에 이과수에서 본 경이로운 광경만큼 눈을 떼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 없는 장관이었습니다.
Cruise critics 에 따르면 글래이셔 베이만한 곳은 없다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인데요.
본인의 스케줄과 가격 등을 고려해서 배를 고르되, 꼭 글래이셔 베이를 포함시키면 좋겠네요 :)
여섯시에 공원에 들어선다지만 사실 입구에는 별 것 없습니다.
7시쯤 밥먹으러 갑판에 뷔페로 가니 방송이 나와 아 공원에 진입했구나를 알았을 뿐.
물론 멋있습니다. 애매랄드 빛 바다색에.. 그러나 멋있는 것을 너무 많이 봐 약간 단조로운 기분..
8시쯤부터는 약간 빙하와 산이 보기이 시작하면서
오.. 한 기분이 들기 시작합니다.
바다라기 보단 스위스 호수 같은 느낌도 들고..
밥 먹고 이도 닦고 화장도 할 겸 방으로 내려왔는데, 발코니에서 보이는 진풍경을 보고 갑판에 올라가 자리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날은 화창하고 천천히 달려서 바람이 아주 강한 것은 아닌데, 빙하에서 한기가 오기 때문에 매우 춥습니다. 있는 옷 다 껴입고 가야함.
글래이셔 베이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래도 마저리 빙하 입니다 (Margerie Glacier). 사실 마저리인지 마게리인지 모르겠어요. 안내 방송에서는 마게리 빙하라 그런 것 같은데, 옆에서 레인저와 어떤 사람이 하는 대화를 줏어 들었을 때는 마저리라고 했거든요.. 영어란 약간 누가 읽느냐에 따라 발음이 천차만별인 경우가 매우 흔하므로.. 저는 GOT의 마저리가 생각나서 마저리 빙하라고 외웠습니다. 지명 참 잘 못 외우는 편인데 마저리라고 외우니 바로 외우게 됐습니다.
아무튼 마저리 빙하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바다에 얼음이 떠 있는게 보입니다. 발코니에서 이것을 확인하고는 위로 달려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사실, 발코니에서 빙하를 구경하는 사람도 매우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차피 가는길이 왕복이므로 발코니에 계속 있으면 양 쪽을 모두 보며 갈 수 있고, 위에 올라가면 왠지 더 춥고 사람은 엄청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웅장한 느낌의 마저리 빙하를 보고 싶다면 한 번은 갑판에서 봐야합니다. 그냥 그렇습니다. (방에서 봐도 매우 멋있음)
마저리 빙하는 여행의 하이라이트이기 때문에 이 빙하 앞에서만 거의 1시간 30분 이상 정박합니다. 배를 한 바퀴 돌려 배의 모든 면에서 빙하를 볼 수 있게끔 해주고요. 저희 방은 동쪽에 위치하고 마저리 빙하는 북쪽으로 올라가는 왼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빙하로 접근하는 과정에서는 마저리 빙하를 볼 수 없습니다. 저와 엄마는 빙하에 접근하기 한참 전에 갑판에 올라가 빙하를 360도로 모두 관람하고, 돌아가기 시작할 때 쯤 방으로 돌아와 발코니에서 프라이빗하고 우아하게 빙하를 감상했습니다. 발코니 만만세. 모두들 발코니 있는 곳 예약하세요.
마저리 빙하를 보고 돌아가면서 다른 빙하들도 멀리서 볼 수 있습니다. 안내 방송을 들으니, 역시 심각한 온난화 문제로 빙하가 엄청난 속도로 녹고 있다고 하네요. ㅠㅠ 마저리 빙하는 산이 가팔라 눈이 내려오는 속도가 다른 빙하보다는 빠른 편이라 녹는 속도가 느리다고 합니다. 어쨌든 마저리 빙하도 녹고 있다는 사실. 50년-100년 전만해도 근방에서 가장 컸던 퍼시픽 무슨 빙하는 흔적만 남고 모두 녹아버렸다고 하네요. 이런데 여행하면 할 수록 환경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깨닫게 됩니다. 물론 실천하는 것은 적지만, 그래도 경각심은 다시 한 번 갖게 되었습니다.
빙하 구경이 거의 끝나가고 만이 아닌 바다로 나오기 시작할 때, 다시 배의 갑판 뒤쪽 끝으로 가서 바닷바람을 쐬며 엄마와 칵테일을 한 잔 마셨습니다. 술을 좋아하지만 배멀미가 있을까 한 잔도 안 마셨는데, 바닷바람 쐬며 마시는 칵테일은 역시 꿀맛이더군요. 사진을 찍는데는 실패했지만 고래가 진짜 엄~~청 많습니다. 주노와 스카그웨이 둘 다 웨일 와칭 관광이 많은데, 모두 웨일을 보지 못하면 돈을 돌려준다며 큰소리를 뻥뻥 칩니다. 그 만큼 고래가 많다는 거겠죠? 저희가 떠나는 게 아쉬운지 쫓아내는 건지 고래들이 계속 쫓아 왔습니다.
이 아름다운 자연, 부디 나의 후손들도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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