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노와 스카그웨이는 지도상으로 봤을 때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10시가 넘어서 출발한 배가 엄청 천천히 갔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6시 정도에 이미 스카그웨이에 도착했습니다. 여섯시 쯤 방을 나가 갑판의 Horizon Cafe (뷔페형 식당)에서 배부르게 아침을 먹었습니다. 등산열차를 타게 될 경우 아침을 주지 않는다는 블로그 글을 읽어, 뷔페 식당에서 빵과 과일을 이것 저것 챙겨 갔습니다. 크루즈 뷔페에서 음식을 챙겨 가는 것은 허용되는 일입니다! 봉지 달라고 직원한테 요청하시면 봉지도 주시네요. 친절하셔라.
스카그웨이에서는 주노와 마찬가지로 약 12시간을 정착합니다 (13시간 정도). 따라서 투어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어요. 게다가 스카그웨이는 약 900명 정도가 거주하는 (겨울철 상주인구는 500명) 정말 정말 작은 도시입니다. 시내는 우리나라 시골 읍내 수준으로 작으니 마을 구경을 하며 12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 스카그웨이도 주노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투어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스카그웨이의 가장 대표적인 투어는 White Pass Submit Train입니다. 과거 골드러시 시대 때 사용한 등산열차로 White Pass Submit 이라는 알래스카와 캐나다 British Columbia 경계 까지 다녀오는 투어입니다.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짧은 버전과 7-8시간이 걸리는 긴 버전이 있습니다. 짧은 버전은 기차에서 내리지 않고 왕복하여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에 여권도 필요가 없습니다. 가격은 $120. 긴 기차는 점심도 주고 중간에 30분 정도 내려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네요. 이것은 가격이 $250~350 (점심에 따라 가격이 상이한 듯) 정도입니다. 네, 가격이 정말 후덜덜 하죠.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들은 거의 모두 짧은 기차를 타시는 것 같았습니다. 긴 열차는 사실 너무 비싸고, 기차를 타고 앉아 있다가 올라가서 짧게 있다 내려오는 것도 사실 낸 돈에 비하면 상당히 아까운 투어죠. 그렇지만 2시간 짜리 짧은 기차도 돈 값을 못 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2시간 동안 기차에 앉아있어야 하고, 내려서 사진 찍는 시간도 없으니깐요.
기차 여행은 아무래도 스카그웨이 지역의 시그니처 투어를 한다는 것에 의의가 있죠. 그러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중간에 스탑이 없거나 한 번 밖에 없다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여행에서 남는 것이라곤 사진 뿐인데, 사진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죠. 그래서 저와 엄마는 여기 저기에서 스탑을 해 주는데다가 가격도 더 저렴한 버스 투어를 하기로 했습니다.
크루즈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엄청난 관광지지만 주노에 비하면 투어사는 적은 편인 것 같습니다. 주노는 크루즈에서 내리자마자 여행서 부스들이 줄지어 있는데, 스카그웨이는 M&M 투어사 한 개만 보였습니다. 사실, 어제 주노에서도 탄 셔틀버스가 M&M 투어사에서 운영한 것이기도 했고, 배에서 excursion 을 신청 안 했다면 딱히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어 기쁜 마음으로 M&M 투어사를 다시 선택했습니다 :)
버스 투어도 사실 종류가 굉장히 많아요. 대표적인 것으로는 제가 갔던 Yukoner Tour 가 있는데, 캐나다 유콘 주 까지 올라가는 투어에요. Skagway에서 Yukon Highway를 타고 BC를 지나 유콘의 카크로스(Carcross)라는 도시까지 올라갑니다. 중간중간에 몇 번 스탑하는 경우가 있어 대략 2시간 정도가 걸리고, 카크로스에 있는 식당 및 휴게소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돌아와 총 6시간이 걸리는 투어였습니다. $110 이었는데, 물론 비싼편이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기차 가격에 비하면 혜자스러운 투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12시간이나 정박한 스카그웨이에서 적어도 6시간 이상은 투어를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약간 더 저렴한 투어 (BC와 유콘 경계까지만 가는 버스투어)는 출발할 때까지 1시간 넘게 더 기다려야 해서 9시에 출발하는 유코너 투어를 선택한 것도 컸습니다. 너무 아침 일찍이라 연 곳이 딱히 없어보였고, 스카그웨이는 정말 작아서 시내를 10분이면 다 돌아볼 정도였습니다.
누가 투어를 신청했나, 너무 작은 팀이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했는데 미팅포인트로 가보니 대략 12명 정도가 같이 한 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모두 중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이었습니다. 미국인 노부부들은 거의 대부분 기차를 타는 모양입니다. 사실 기차는 크루즈에서 내리자마자 탈 수 있고, 기차에 타기만 하면 움직일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하기엔 더 적절한 투어입니다. 참고로, 버스를 탈 때에는 오른쪽에, 기차를 탈 때에는 왼쪽에 타야 뷰가 좋습니다. 물론 길이 하나밖에 없어서 왼쪽에 앉아도 돌아올 때 뷰를 볼 수 있지만, 돌아올 때는 왠지 모르게 졸게 됩니다 (사실 움직임이 많은 투어가 전혀 아님에도, 계속 내렸다가 탔다가를 반복하기 때문에 은근히 피로한 투어입니다.).
우리 기사 이름은 Bill 이었는데, 은퇴한 학교 교사로 여름에만 스카그웨이에 와서 일을 한다고 했습니다. 전반적인 투어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버스도 좋았고, 사람들도 점잖았고, 기사 아저씨도 친절했고, 무엇보다 유콘으로 향하면서 날씨가 맑아져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유콘 하이웨이는 브리티시 컬럼비아를 지나지만 유콘 주에서 스카그웨이로부터의 길을 원했었던 것이기 때문에 BC에서는 돈 한푼 내지 않고 고속도로를 얻었다고 하네요. 길에서 보이는 호수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Carcross 로 향하는 2시간 정도의 길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30-40분 정도 버스를 타면 Welcome to Alaska 표지판이 보이고 이제 캐나다 BC로 넘어가게 됩니다. 국경은 물살이 볼품없는 Creek 이 나누고 있습니다. 캐나다 땅에 들어가서도 10분 정도는 다 가야 Canadian Custom 이 등장합니다. 관리하게 편하게 기찻길과 고속도로가 만나는 지점에 세관을 설치했더군요. 캐나다를 들어갈 때에는 반드시 여권 검사를 한다고 합니다. 반대로 캐나다에서 미국을 들어갈 경우 미국에서 여권 검사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하네요. 남쪽에서 국경을 넘는 사람들은 눈에 불을 켜고 검사할텐데, 참 기분이 약간 묘했습니다.
사진 스팟들에서 잠시 멈춰서 사진을 찍고 가다보면 드디어 유콘 territory 에 들어가게 됩니다. 유콘은 캘리포니아보다 10%가량 크지만 인구는 3만명이 약간 넘습니다. 정말 어이없는 숫자지요? 3만명.. 찾아보니 대략 충남 청양군에 비슷한 숫자의 사람이 사네요. 그 사람들이 캘리포니아보다도 큰 주에 퍼져 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캐나다에 들어온지 제법 되었는데 핸드폰은 시그널을 전~혀 잡지 못했어요. 티모바일은 캐나다에서는 무료 로밍을 지원해줘서 (알래스카에서는 안 해주면서..) 얼른 신호를 잡길 기다렸으나 Carcross 에 있는 휴게소/식당에 가기 전까지는 전혀 잡지 못했습니다.
BC와 유콘은 알래스카보다도 1시간이 빠릅니다. 유콘 시간으로 대략 12시 반, 알래스카 시간으로 11시 반이 되었을 때, 점심을 먹을 휴게소/식당/박물관의 짬뽕 공간에 도착했습니다. 이 곳은 크루즈 여행객들이 많아지며 만들어진 휴게소라고 하네요. 이 지역은 모두 수도관이 제대로 설치가 안 되어 있어 트럭이 물을 가져오고 하수를 도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캐나다 같은 선진국에도 이렇게 시골이 있다니!! 하지만 관리가 매우 잘 되어 있고 시설도 상당히 깨끗하므로 전혀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Bill이 상당히 숙련된 가이드라는 것을 느낄수 있는 부분. 우리팀이 밥을 다 먹고 한 바퀴 돌고 있을 때, 다른 투어버스들이 엄청나게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식당을 보니깐 앉을데가 거의 없더라고요! 몇 개의 뷰포인트에서 멈추지 않고 패스했는데, 빌이 내려오는 길에 들릴거라고 했습니다. 아니 그냥 본 김에 내리지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스카그웨이 시내로 도착해서, 빌은 바로 배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친절히 배 앞까지 태워줬습니다. 아침에 스카그웨이 시내를 둘러본 결과, 할 것도 볼 것도 딱히 없다는 생각에 배로 바로 돌아가기로 결정. 즐거운 투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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