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것은 문예출판사 버전이었는데, 이게 민음사나 열린책들보다 더 번역이 훌륭해서라기 보단 전자도서관에 ebook 형식으로 지원하는 출판사가 문예가 유일해서였다. 읽는 내내, 물론 마담 보바리를 읽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민음사나 열린책들로 읽었던 다른 고전에 비해서는 가독성이 월등하게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책을 다 사는 것은 사치일 뿐만 아니라 이사할 때 가장 골칫거리가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ebook 읽는 것이 조금은 익숙해 진 것 같아서 다행이긴 하네.
문예출판사 마담 보바리는 보바리 부인으로 제목을 번역했는데, 마담 보바리로 처음 제목을 알아서 그런지 나는 마담 보바리가 더 맘에 들었다. 이 책은 존재를 안 다음부터 읽기까지 10여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지 않은 어떤 소설에서 마담 보바리를 욕망을 좇는 퇴폐한 여성으로 묘사한 적이 있어 그 때 처음 알게 된 소설이었다. 뭐 여러가지 이유로 읽는 것을 미루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읽게 되었는데, 결혼한 여성이 외도를 하는 내용인 것은 맞지만 그 외도 상대가 고작 2명인데 왜 그렇게 퇴폐하고 타락한 여성으로 여겨져야 하는지 의아했다.
인간의 퇴폐와 타락을 그렸고 결혼생활의 환멸과 외도가 주요 소재라는 점에서 안나 카레리나랑 유사하다는 느낌을 약간 받았다. 차이가 있다면 안나의 남편 카레린씨는 차갑고 권위적이며 안나와 아이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별로 주지 않아 안나에 대해서는 공감과 동정이 가지만 엠마는 안타깝다는 느낌은 들지만 동정이 가지는 않는다. 마지막에 목숨을 끊는 장면은 웃기기까지 한다. 자살을 하려고 약방에서 비소를 훔쳐 먹는데, 먹고 바로 죽는게 아니라 몇 시간 고통 속에서 앓다가 죽고, 그 장면이 무려 네다섯장에 걸쳐서 묘사된다. 사실주의 소설이라서 죽음조차도 아름답게 묘사하기를 거부한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기차에 몸을 던져 죽는 안나에 비하면 그 죽음조차 너무 아름답지 못해서 그저 안타까웠다. 게다가 브론스키와 달리 로돌프와 레옹 (로돌프 이후의 레옹)은 엠마를 사랑했다고 보기에도 힘든 것 같다.
샤를 보바리는 착하지만 매력 없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한눈에 봐도 쓸데 없고 비싼 물건들을 신용으로 족족 구매하고 지불은 샤를에게 떠 맡기는 엠마를 사랑으로 포용할 수 있었던 멋진 남자였다. 말로가 너무 비참해서 엠마에게는 너무나 화가 날 지경이었는데 엠마만 아니었으면 평범하고 가늘고 길게 살 수 있었던 사람이었다. 묘하다는 생각이 든 것은 늙은 보바리씨와 보바리 부인 사이에서 이와 같은 아들이 태어났었다는 점인데, 엄마가 아주 아들을 싸고 키웠던 것도 아닌 것 같고 아주 마마보이의 기질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성격이 너무 밍숭맹숭하고 답답할 정도로 착해서 이게 말이 되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엇인지는 내가 진단할 수 없지만 엠마는 확실히 성격장애를 앓고 있다. 모든 엄마가 모성애를 기본 장착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성애를 떠나서 본인이 낳은 자식에 대한 기본적인 관심과 존중이 부족한 인간 말종이다. 엠마가 레옹과 바람을 피는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딸이 있는 사실을 기억은 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엠마의 이기적인 행동은 본인 뿐만 아니라 남편과 딸아이 마저 파멸의 길로 이끌었다. 이런 인간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것이 우리내 인생이라고 하였음으로, 게다가 실화를 모티브로 작성된 소설이라니깐.
아무튼, 좋은 휴일 독서였다. 읽는 데 좀 걸렸는데 (번역체 말투가 좀 거슬리는 부분이 있어서) 덕분에 LA에서 독서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 고전 읽기는 역시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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