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소설은 술술 읽히면서도 그저 소비하는 글이 아닌 스스로 하여금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생산적인 문학이란 데서 나는 항상 감탄하곤 했다. 중학생 시절, 뭔가 멋져보이는 제목과 "온몸을 칼로 그었어" 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시작한 이 소설을 처음 읽었다.그 때만해도, 에이, 우리 엄마 세대니깐 이렇게 살았던 거지.요즘 누가 이렇게 살아. 난 나중에 자라서 당연히 맞벌이 하고 남편이 나 두고 바람피면 바로 이혼해 버릴꺼야.라는 생각이었다. 앞선 세대에 대한 연민과 호기심과 약간의 반감과 함께, (순전히 강동원의 팬이기 때문에 봤던) 영화 우행시의 감동으로 인해, 그리고 술술 읽히는 그 특유의 힘 있는 필체로 며칠만에 아주 금방 읽었던 책으로 기억한다.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생각보다 잘 안 읽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