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알래스카 (2): 첫번째 기항지, 주노 (Junea)
주노는 알래스카의 주도이지만 인구는 3만명이 약간 넘을 정도로 작습니다. 상당히 작다고 생각했는데 다음에 갈 스카그웨이의 인구가 900명인 것을 생각하면 알래스카에서는 꽤나 큰 도시입니다. 주노는 미국의 주도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육로로 접근이 불가한 곳입니다. 비행기나 배를 타고 접근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주노에서는 약 10시간 정도 정박하기 때문에 밖에 나가서 투어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멘델홀 빙하가 유명하고 그 외 다른 엑티비티도 상당히 많습니다. 멘델홀 빙하 투어, 빙하 헬리콥터, 멘델홀 빙하 트레킹, 개 썰매, 멘델홀 호수 카야킹, 웨일 와칭, 얼음 동굴 트레킹, 집라인 등 정말 다양합니다. 멘델홀 빙하는 머스트니깐 헬기든 트레킹이든 그냥 공원 방문이든 반드시 가길 바랍니다.
엄마 무릎도 안 좋기도 해서, 빙하 위로 가는 트레킹이나 헬기는 과감히 제끼고 그냥 공원에 가서 멘델홀 빙하를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멘델홀 빙하까지는 차로 20-30분이 걸립니다. 투어 없이 셔틀을 타면 왕복 $45이고 30분에 한 대씩 있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공원에 보통 1시간 30분-2시간 정도 있게 되는데, 셔틀 대신 정해진 시간에 타고 내리는 버스는 $25 정도에 더 저렴하게 이용 가능합니다. (2시-5시) 공원에는 1시간 30분정도 있게 되는 버스입니다. 싼 가격 대신 단점은 다른 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멘델홀 빙하로 향하는 시간이랑 겹쳐서 2-3시에는 사람이 매우 많을 수 있다는 것과 1시간 30분이 걸음이 느릴 경우 약간 빠듯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약간 여유 있게 투어하고 싶어서 비싸도 $45를 주고 셔틀을 구매했습니다. 택시 왕복이 $60-70이라고 하는데, 둘 이상이면 무조건 택시가 싸지만 돌아올 때 택시가 과연 잘 잡힐까라는 생각에 그냥 셔틀로 결정했습니다. 콜택시도 있고 무엇보다 주노에서는 시간이 넉넉한 편이니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네요.
다른 빙하와 마찬가지로 멘델홀 빙하도 매년 조금씩 녹고 있습니다. 100년전에 비하면 다른 빙하는 많이 녹아 없어졌습니다. 빙하는 산꼭대기 눈에서 시작하는데, 눈이 엄청 쌓여 무게에 의해 짓눌려지면 공기층이 사라지면서 굉장히 딱딱한 얼음이 되고, 그것이 산 아래로 계속 내려오면서 빙하의 형태가 된다고 합니다. 산을 미끄러지듯 내려오게 되니 흙먼지가 섞이면서 약간 더럽게 됩니다. 밀도가 높은 얼음의 경우 통과시키는 빛이 푸른빛이라 빙하가 푸른빛을 띤다고 하네요. (물리 시간에 배운답니다.)
멘델홀 공원에서 빙하 뷰포인트까지는 10분이 채 안 걸리는 평지 길입니다. 공원 입구부터 사실 빙하를 볼 수 있어요. 날씨 운이 기가 막혀서 맑은 날의 멘델홀 빙하를 볼 수 있었습니다. 블로그에서 본 사진들이 대부분 흐린 날인 것으로 보아 맑은 날을 보는 것이 꽤나 행운인 것 같네요. 나중에 들으니 일 년 중 단 80일만 해가 난다고 합니다. 날이 좋으니 너무나 아름다운데, 사진을 찍으니 약간 교과서스러운 촌스러움이 엿보이네요. 여행을 오기 전 날씨 앱으로 확인한 흐린 주노의 기온은 한낮에도 대략 12~15도 정도였기 때문에 크루즈에서 내릴 때 옷을 두껍게 입고 나왔는데, 날이 맑아 기온이 20도 넘게 올라서 무척 더웠습니다. 알래스카에도 여름이 오긴 왔나봅니다. 이 공원과 멘델홀 호수 근처에 트레킹로가 제법 있는데, 관광객들은 보통 뷰포인트까지 가는 메인길과 (이건 트레킹로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왕복 500m정도의 산책로라서) 너겟폭포 (Nugget falls) 까지의 트레킹로를 많이들 갑니다. 이 트레킹로도 매우 쉬운 평지라 노인이나 어린 아이를 업고 가는 부모들도 많이 봤습니다.
멘델홀 빙하 공원은 빙하가 있는 알래스카의 공원들 중 유일하게 비지터 센터가 있습니다. 비지터 센터에 별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기념품들과 빙하 관련된 비디오를 볼 수 있습니다. 비디오는 역시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줍니다. 해마다 빙하가 점점 뒤로 가버린다고 하고 이대로라면 다음 세대에는 이 빙하를 더 이상 볼 수도 없다고 말을 하니, 약간 슬퍼지면서 전기라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빙하를 보러 가기 전에 주노 시내의 Tracy’s crab shack 이라는 유명 가게에서 킹크랩을 먹었습니다. 다리당 $25라는 굉장히 비싼 가격이지만 다리가 실하고 통통한 것이 상당히 맛있기는 했습니다. 저는 내륙에 살기 때문에 해산물을 먹는데 굉장히 제한적인편이라서 오랜만에 먹는 킹크랩을 너무 맛있게 먹었습니다. 냉동이 아니고 신선한 킹크랩 다리를 바로 찌기 때문에 더 쫄깃하고 육즙이 살아있는 느낌입니다. 크루즈가 생각보다 너무 빨라 배멀미를 약간 겪고 육지를 밟아 먹은 음식이라 더욱 맛있게 느껴지더군요. 쥬노 시내는 기념품 가게가 대부분이고, 사실 카페나 음식점도 많이는 없습니다. 시골이라 그런지 와이파이가 되는 곳도 거의 없습니다. 저는 T-mobile이라는 통신사를 이용하는데, 미국 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알래스카에서 지원이 되지 않아 상당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국내 로밍 서비스로 GCI나 AT&T로 연결하여 이용하는데, 데이터도 제한이 있고 속도도 약간 느린편입니다. 혹시 T-mobile 로 알래스카 여행을 하시는 분이라면 참고하세요. 시내에서 AT&T Prepaid sim을 사려고도 했는데 마침 메모리얼 데이라서 AT&T가게가 닫아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출항까진 한참 남았지만 시내는 할 것도 없고 또 엄마가 다리도 아프다고 해서, 저녁 식사 전에 배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이 별로 없을 것 같아서 얼른! 자꾸지를 하러 갑판의 수영장으로 향했습니다. 날씨가 좋으니 역시 수영을 하러 나온 사람들이 벌써 있더라고요. 그러나, 날씨가 계속 흐릴 것이란 것은 기우였습니다. 여행 내내 스카그웨이 시내에서를 제외하고 완벽한 날씨를 선사해준 알래스카! 다음 기항지인 스카그웨이는 다음 포스팅에서 만나요!